세상바라보기2011. 1. 12. 13:16
고인에 누가 되지 않을까 글쓰기를 자제하고 있었습니다만,
카이스트의 시스템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고 넘어가야겠습니다.


1. 학사경고제도
과거에는 1학년 학생에게는 학사경고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특정 과목에 대하여 F학점을 받을 경우, 그 과목을 차후에 재수강하면 F학점을 성적표에서 지워주는 방식이었지요.
덕분에 당시의 학생들은 "지금은 네가 더 낫지만 1년 뒤에 두고 보자." 초반의 격차를 보다 많은 노력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2006년부터 1학년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이 제도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2. 수업료차등징수
서남표 총장이 실시한 제도 중 하나입니다.
3.0 이하 학점 학생에게 0.01당 6만원의 수업료를 매겨 최대 학기당 750만원의 수업료를 징수하는 방식입니다.

3. 연차초과수업료징수
서남표 총장이 실시한 제도 중 하나입니다.
단일 전공 기준 8학기 이내에 졸업하지 못하면 추가되는 학기마다 750만원의 수업료를 징수하는 방식입니다.
(2010년 11월 학생들의 노력으로 약간 인하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입학사정관제...
이 제도는 학생의 잠재력과 성장가능성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 제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제도로 선발되는 학생들은 대개의 경우 미리 수학적 과학적 기틀을 갈고 닦아온 과고 학생들에 비해 시작점이 한참 뒤쳐져있겠죠.

이런 상황에서 위의 세 가지 제도가 문제가 됩니다.
시작하자마자 경쟁에 밀려 학사 경고에 압박받고, 다음 학기부터 최대 750만원에 달하는 수업료로 압박받으며, 재수강을 위해서 학교를 더 다니려면 다시 추가되는 학기당 750만원의 수업료를 내야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는거죠.
(서남표 총장이 계절학기 자체를 없애서 계절학기로 만회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러한 이중 삼중의 징벌적 제도로 인해 학생은 만회할 기회를 원천봉쇄당합니다.

공학을 공부하는데 수학적 지식과 원서를 읽을 정도의 영어 능력이 필요하다는 건 공대생들에게는 주지의 사실입니다. 
수학(특히 미적), 영어도 못하는 학생이 무슨 카이스트에서 로봇을 만드냐고 하는 분들도 계시던데, 그 말씀 맞습니다. 고등학교 수준이 아니라 보다 높은 수준에서 로봇을 만들려면 그런 학문적 지식은 필수겠지요.

그런데 로봇에 대하여 그 정도의 감각을 지닌 고인에게 카이스트가 공학적 지식이라는 날개를 달아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그런 게 입학사정관제의 취지 아닌가요? 적어도 카이스트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Posted by 잎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