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바라보기2007. 12. 28. 00:43
카이스트를 세계적인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개혁을 하는 서남표 총장.
한동안 뉴스와 신문에는 그의 개혁에 관한 긍정적인 면들만이 나와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만 한다고 학교가 세계적인 대학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가장 최근 일이니 우리 학교의 기숙사 문제부터 이야기를 해보겠다.
학교의 정원을 늘리려면 학교의 기숙사부터 추가적으로 지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선행되지도 않은채 무작정 신입생 정원을 늘릴 뿐더러,
심지어 외부 학생 편입까지 받는다고 하니 이 무슨 말도 안되는 상황인가.

더욱이 올해는 기숙사 배정 받기도 전에 미리 생활관비를 내야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학교측은 행정상의 편의라고 해명을 하였다지만, 신청자 전원이 기숙사 배정을 받지 못하는 이상, 이 돈은 한시적으로 학교에 귀속되어버린다.
기숙사 추첨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이로인해 기숙사 배정도 못받아서 억울한데, 돈까지 학교에 묶여버린 셈이 되었다. 이러한 학교의 행정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기숙사 배정 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예정 발표시간보다 늦어지고,
또 그나마 발표된 것도 오류가 엄청 많아서 수많은 학생들이 항의함에도 불구하고 담당자의 사과 한마디 없는 행정. 학생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으려면 행정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기숙사 하니까 생각난 이야기.
여자 기숙사에 외부에서 치한이 난입하는 사건이 매년 일어나서, 많은 여학생들이 놀라는데,
학교측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도, 사과하지도 않을 뿐더러, 이 사건을 인정하지도 않는다.
어느날은 모처럼 공강이라 기숙사에서 자고 있는데 방문이 벌컥 열리더라.
깜짝 놀라서 깼는데, 여자였다. 속옷 차림으로 자고 있어서 깜짝 놀랐고, 주변을 보니 초등학생들도 있는 걸로 봐서 학교에서 카이스트 구경온듯 했다. 그 선생님이란 사람도 방문을 함부로 연게 문제이긴 한데, 학교측에서 기숙사에 학생이 있음을 주지시키지 않은 문제도 있었겠지.
수도없는 기숙사내 도난 사건도 일어나고.. 이런 상황에서 또 어떻게 마음놓고 공부를 할 수 있으리오.


평점별로 등록금을 천만원까지 물리는 것도 말이 안된다.
이게 절대평가라면 괜찮은 제도일지도 모르는데, 카이스트는 거의 대부분의 강의가 상대평가다 -_-
이런 상황에서는 코피터지도록 죽어라 공부해도 다른 사람보다 평점이 낮으면 등록금을 내야한다.
학교측은 공부를 열심히 하면 제한 평점 이상을 받아서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교수들에게 학교측이 학점 분포를 제시하여준다.
학교측은 이를 부인하지만, 많은 교수님들이 나는 학점을 잘주고 싶지만, 학교측에서 몇 퍼센트는 무슨 학점을 주고 ... 라는 식으로 말해서 안된다고 학기초에 이야기를 하신다. 학점 잘 주던 모 교수님이 작년에 학점을 후하게 줬더니 학교측에서 몇 퍼센트는 무슨 학점 주고 몇 퍼센트는 무슨 학점 주라고 메일을 보내왔다는 말씀을 하시는 걸로 봐서는 메일로 이런 내용이 전달되는 듯 하다.

학교의 세계화를 지향한답시고 전 강의를 영어수업으로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수업만 영어수업으로 한다고 세계적인 학교가 되는걸까.

내 생각은 학생들 복지부터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작년 여름에 UCLA에서 서머세션 수업을 듣고 왔는데, 그곳에서 보고 느낀 것은 학생들 복지가 정말 잘 되어있다는 것이다. 여러 개나 되는 학생 체육 시설들이 학생들이 마음껏 운동할 수 있도록 해주고, 도서관 시설 역시 정말 최고였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적어도 밥먹는 시간만큼은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는 것도 정말 부러운 일이었다.

이에 비교해 카이스트는 엉망 진창. 학생 체육 시설? 그런 거 없다. 체육관? 있긴 한데, 기구가 있어야지. 체육 수업 들으면서 시설이 제대로 안갖춰져 있어서 강사님이 시설이 너무 열악하다는 말씀까지 하셨을 정도니까.

카이스트 도서관에는 책이 없다. 교양 수업 들을 때 마다, 많은 교양 수업 교수님들이 학교 도서관에는 책이 없으니 근처에 충남대 도서관에 가서 빌려보라고 하신다. 세계를 바라보는 대학 학생이 학교에 책이 없어서 옆 대학에 가야하겠나. 물론, 이걸 보고 모든 교양 수업 참고 서적이 어떻게 한 대학 도서관에 모두 있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 경우엔 모든 서적이 없어서 전부 사서 봤다.

게다가 밥먹기도 힘들다. 점심시간에 몰리는 사람 수에 비해 학교 식당이 너무 열악해서 그냥 매점에 들러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사들고 기숙사에 들어가거나, 애초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적어도 학생들이 밥은 제대로 먹고, 밥먹는 시간만큼은 여유로우면 안되는 걸까.

또한 세계화를 지향하는 학교이면서, 학교 내 외국인에 대한 지원은 완전히 미비하다.
외국인 학생을 위한 공문 파일명이 영어가 아니라 한글이어서 외국인 학생이 이를 보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공문이 hwp 파일로만 올라오는 것도 어이없는 일.
심지어 학교 내 벤치들에 페인트칠을 다시 하는데, 조심하라는 내용이 한글로만 적혀있어서 페인트 위에 앉아서 낭패를 본 외국인 학생을 직접 보기도 했다.

총장이 부임해서는 카이스트 학생들 공부 안해요~ 라고 하는데서도 뒤집혔다.
작년에 과 학생들이 다같이 모여 과제를 하는데, 엄청난 양을 견디지 못하고 실신하여 구급차에 실려간 학생도 있고, 본인같은 경우는 추석 연휴에도 과제하느라 추석 저녁에야 집에 올라갈 수 있었다. 귀가길에 창문 너머로 본 도서관에도 많은 학생들이 책을 보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더 해야하는 걸까.

언젠가 다음 뉴스를 보다 보니 카이스트 학생 1인에 대한 교육비 액수가 어마어마 하더라. 그런데 일단 본인은 카이스트 학생으로써 학교에서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운동 시설이 없어 운동도 제대로 못하고, 공부하는데 도서관에 책이 없어서 전부 사서 본 학생이다. 게다가 과에 지원되는 재료비도 부족하여 수업 과제중에 필요한 재료비를 별도로 나가서 사기도 했다.


대체 그 돈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각종 언론 매체의 뉴스들에 카이스트 학생들이 국가에서 예산을 그렇게나 퍼주는데도 펑펑 노는 학생으로 보여지는게 싫어서 이런 글을 써보았다.
Posted by 잎군